다채롭게 실패한 덕분에



칠십 세 번째 행간의 이미지

'하지만 글쓰기는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결코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 복잡한 관념을 글로 쓸 때의 좌절 중 하나는 본질적으로 환원적인 기획이라는 점이다. (중략) 그러나 동시에 글쓰기를 통한 성찰은 문제의 것에 대한 우리 관점을 바꿀 수 있으며, 기존의 의미를 명료화하며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할 수도 있다(줄리엔 반 룬)'

때론 글쓰기가 제자리걸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 여기 주어진 내 마음의 심상에 적절한 형태와 순서를 부여하는 순간, 마음은 어느새 쓰인 문장에서 벗어나 다음 문장을 기다리고 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식의 해답 없는 질문처럼, 나와 글쓰기는 서로 맞닿아 있으면서 항상 어긋나 버리기 일쑤다. 그렇지만 글쓰기를 포기할 순 없지. 필연코 실패하는 것이 글쓰기지만, 바로 그 실패로 인해 글쓰기는 내게 더 나은 상상을 하도록 유인하기 때문.

올해도 다채롭게 실패한 덕분에, 작년보다 더 단단하고 오롯한 마음이 자리 잡았다. 2021년 하얀 소에게 빌어본다. 내년에도 더 올곧은 반성의 되새김질이 되도록, 더 빛나고 다복한 실패를 주시기를.

#글쓰기는실패해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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