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이 아닌 동행




JUL 8 2020        할인행사에도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바캉스 세일은 여름에 휴가철이 몰려 있고 사람들이 주로 바다로 여행을 가기 때문이고, 크리스마스 세일은 비단 공휴일이어서가 아니라 연말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라는 저마다 수긍 가는 이유가 있다.

반면 블랙 프라이데이가 국내에 이식된 지, 5년이 넘었지만 그 합당함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당초 블프가 미국 유통 구조의 특성에서 유래했기에 국내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행사라는 점을 먼저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런데 블프에 대한 공감과 수용력이 떨어지는 것은, 그 단어 자체가 직관적으로 선뜻 와닿지 않은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프라이데이(금요일)가 특별한 날임은 알겠는데, '블랙'이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지 한국어 생활 맥락에서는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매년 가을 할인 행사로 자리 잡은 블랙 프라이데이지만 왜 블랙인가?라는 의뭉스러움이 마음에 계속 남는다.

최근 정부가 의욕적으로 진행 중인 '대한민국 동행세일'은 임시 행사임에도 그 합당함에 대한 이해가 절로 된다. 물론 코로나로 어려워진 실물 경제를 함께 살려보자는 서사가 워낙 강력한 점이 있다. 그런데 이를 '집단 세일', '공동 할인 행사' 등의 공급자 관점의 언어가 아닌 '동행'이라는 수요자 관점에서 동기를 유발하는 단어를 선택한 점이 마음에 강하게 가닿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모두가 힘든 시기에 함께 걷고 이겨나가자는 메시지가 이번 할인 행사의 합당함을 배가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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