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빛의 공존



칠십 일곱 번째, 행간의 이미지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정진규)”

몸 안에 새겨진 어떤 고통은 마음마저 시리게 한다. 이를 애써 외면하려는 몸짓, 즉 희로애락의 다른 사건으로 고통을 기억 저 너머의 언저리에 몰아세울수록 그것은 더욱 명징한 크기로 돌아온다. 그러나 사람은 매일 매 순간의 두려움을 생존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아 진화해 온 유기체로서, 심원한 고통 속에서 반드시 더 커다란 희망의 광휘를 뽑아내곤 한다. 어두운 동굴에서 피와 살이 흐르는 빛을 따라 광활한 대지와 아득한 숲속으로 새로운 도약을 걸었던 인류의 조상들처럼.

스튜디오 Dumbar가 진행한 알츠하이머 네덜란드 재단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불치병의 고통과 이를 공감과 연결로 극복해 가는 희망의 빛을 하나의 상징에 담아낸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실점은 로고타입의 임의적인 포인트에서 병이 가진 어둡고 밝은 측면을 모두 표현한다.

처음엔 글자의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유인하며 환자에게 내재된 고통의 시선을 드러낸다. 동시에 다시 소실점이 환자의 얼굴 위에 채도 높은 컬러와 중첩되면서, 그들에 대한 관심으로 유도하고 밝은 내일로 발산해가는 긍정적 이미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즉 질병의 현상을 시각적으로 나타내 환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전하면서 내일의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모두 풀이한, 의미의 층위가 매우 깊은 비주얼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행간의이미지 #어두움과빛의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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