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의 세계관
팔십 한 번째, 행간의 이미지
“모든 담론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은 주어진 정보의 해석이며, 정보의 선택은 우선적으로 하나의 중재이며 사물들을 보고 느끼는 하나의 방식이다(리카르도 팔치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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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 디자인은 데이터가 가리키는 정보를 쉽게 읽히도록 시각화하여 세계를 더욱 선명하게 이해하게 하는 도구이다. 그러나 때때로 인포그래픽은 정보를 중립적인 시각에서 표현하는 도구 이상이다. 인포그래픽 디자이너가 구축하는 시각적 질서 안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 당시의 관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예를 들어 인포그래픽의 고전인 오토 노이라트의 아이소타입(Isotype)은 원자론적 세계관을 전제로 한다. 원자론적 세계관은 이 세계는 부분들의 합이며 이 부분들은 더 이상 나누어질 수 없는 원자로 구성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이와 유사하게 오토 노이라트의 아이소타입은 세계와 사물을 몇 가지 전형으로 단순화하고 특성을 부여한 뒤, 이를 주어진 데이터에 따라 재구성한 합을 세계에 대한 상(Image)이라 가정한다. 따라서 하나의 아이소타입 그래픽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이 전달하는 사실적(Factual) 정보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래픽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관점의 틀(Frame)을 우리가 이미 동의했음을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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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는 데이터의 값을 정확히 이해하고 데이터 간 관계성을 시각화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에 접근하는 그 분야의 분석적 틀(이론)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나아가 데이터가 가리키는 실제 세계의 모습을 유비하여 인포그래픽의 시각적 질서로 구현해야 한다. 따라서 잘 디자인된 인포그래픽은 정보를 가장 쉽게 전달하는 동시에 해석자로 하여금 세계의 상(Image)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도록 유인한다. 이렇게 보면 인포그래픽 디자인의 고전들이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라 그 분야의 권위자들이 그린 것이 많다는 점은 예삿일은 아닌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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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이 진화할수록 인포그래픽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더욱이 현대의 데이터가 정형과 비정형을 포괄하고 세계 내 존재하는 갖은 사실들을 이해하게 만드는 에피스테메로 간주되면서, 인포그래픽 디자인은 정보의 시각화 기능을 넘어선다. 인포그래픽은 데이터 서비스의 대시보드(Dashboard)를 구성하는 핵심 디자인으로서 사용자가 데이터에 접근하고 해석하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또한 SNS상에 언급된 빅데이터 키워드를 표현하는 인포그래픽의 경우, 측량하기 어려운 비정형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템플릿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 인포그래픽은 시각 디자인의 한 분야를 넘어 사진, 영상 등의 매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무언가를 새롭게 쓰고 창조하는 플랫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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