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부조리



팔십 여덜 번째, 행간의 이미지 

사회적 관계에서 책임이 점점 무거워질수록 그리고 나이먹음에 대한 감각이 점점 무뎌질수록, 잉여적인 생각을 할 여유는 제로로 수렴되며 마음의 심상은 온갖 현실적인 생각과 감정들로 채워진다. 그로 인해 꿈의 서사도 무의식이 만든 공상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일들의 변주가 반복되어 나타난다. 물론 여전히 그것은 꿈이기에 제멋대로인 플롯을 가지지만, 아침에 일어나 기억을 더듬더듬 돌이켜 보면 거기에는 언제나 현실 안에 깊게 쌓아 놓은, 지친 감정의 침전물만 있을 따름이다.

꿈이 가진 공상적인 맛은 꿈꾸는 이가 현실의 인과율을 버리고 세계에 대한 싱싱한 질문과 상상을 놓치지 않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질문을 제기하기 보다는 즉각적인 대답과 실행이 하루하루의 의무로 된 자에게, 꿈을 꾸는 능력은 결국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과연 꿈을 상실한 이에게 내일에 대한 다른 생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꿈을 제대로 꾼다는 것은 나이 들어 몸이 피로해지고 지쳐가는 일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

그래서 사물의 사전적 정의를 전복하는 이 합성 이미지에 내 마음이 동했는지 모른다. 핀터레스트에서 발견한 이 이미지들은 사물 간의 부조리한 중첩을 통해 현실 안에 굳어진 내 마음의 끈을 풀어 헤치게 한다. 때로는 사물의 부조리가 불쾌한 골짜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하간 이 이미지들은 현실에 부착된 마음에 틈을 벌리고 무언가라도 사소한 물음을 갖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현실의 반복이 아닌 진짜 꿈을 꾸도록 내게 명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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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order Things - Selected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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