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장난감



팔십 아홉 번째, 행간의 이미지 

장난감이 장난감이 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새로운 놀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사용자 마음 가는 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대로 장난감의 역할이 다르게 정의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장난감은 복잡한 기능이나 메커니즘을 가져서는 안 된다. 기능과 형태가 단순할수록 사용자의 상상력이 장난감에 쉽게 개입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자동기계인형은 현실계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하여 리얼리티한 매력을 주지만, 놀이로서 매력도는 분명히 떨어진다. 그리고 피규어가 관상용에 머물고 본질적으로 장난감처럼 취급되지 않는 이유는, 사용자가 피규어를 통해 새로운 놀이를 상상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있다. 결국 장난감은 사물을 재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놀이를 통해 사물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데 있다.

이처럼 장난감의 본질이 새로운 놀이에 대한 무한한 가치지기이고 사물과 세계를 다양하게 상상하게 하는 것이라면, Toy Museum Krakow의 브랜드 디자인은 이러한 장난감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은유한다.

Toy Museum Krakow 디자인은 아코디언 장난감의 두 가지 놀이적 특성을 차용한다. 아코디언 장난감은 사용자 마음대로 크기가 작아지고 커질 수 있는데, 이를 모티브 삼아 제한된 레이아웃 안에서 무한히 확장해가는 그래픽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아코디언 장난감 얼굴에 동물, 사물, 기계가 심어져 존재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놀이를 하듯, 심볼의 얼굴 부분(?)이 다양하게 변주되도록 했다. 이처럼 아코디언 장난감 놀이가 가진 확장과 변주를 차용한 것이 비주얼의 핵심 키워드이지만, 이 디자인의 진짜 주인공은 심플이다. 전체적인 표현을 최대한 단순화하여 그래픽의 확장과 변주를 사용자가 쉽게 이해하게 하고 더불어 브랜드의 모습을 다양하게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이리하여 Toy Museum Krakow의 비주얼 언어는 브랜드 정체성 표현을 위한 시각적 장치를 넘어 변주와 확장을 하고 노는 비주얼 장난감으로 나아가며, 이를 통해 장난감 뮤지엄이라는 확연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성공한다.

#행간의이미지 #비주얼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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