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Image


데이터와 우리


누구나 그렇겠지만 디자인 작업 시 아트보드 위에 개체 간 위치를 조정할 때 처음엔 그래픽 툴이 제시하는 데이터 값에 따라 정렬합니다. 이 수치는 컴퓨터가 좌표 평면의 값에 따라 한 치의 오차 없이 산출된 개체의 속성값으로서, 사람의 눈으로는 하기 어려운 시각 보정을 도와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로 정렬했음에도 눈으로 보기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갖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런 경우 내 눈의 감각을 믿고 임의로 개체의 위치를 다시 재조정합니다. 보기에는 눈에 거슬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정리가 잘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저 위의 디지털 값은 여전히 현 위치가 잘못된 거라며 나를 압박합니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객관과 눈에 보이는 직관이 서로 맞붙는 것입니다. 물론 무엇을 믿을지는 작업자의 최종 선택에 달렸고, 대게 우리는 보이는 대로 믿는 경향이 있으므로 직관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디지털의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데이터는 현실의 우연성, 인식의 임의성을 초월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거울이자 우리 자신의 관습을 넘어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성문법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직관대로만 흘러가게 놔두기도 어렵습니다.

위와 같은 딜레마는 데이터와 우리의 관계에 대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데이터에 관해 무언가를 성찰하고 이를 경유하여 우리 스스로가 원하는 바를 어떻게 성취할지에 대한 작은 성찰을 함의합니다. 올해 [행간의 이미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데이터의 이미지'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 테마 안에는 디지털 전환의 풍광 속에서 아날로그적 방식의 데이터로 가장 인간적인 만남을 실천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기도 하고, 비인간적인 데이터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일이 무엇인지 탐구한 프로젝트를 다룰 예정입니다. 즉 데이터와 우리의 관계에 디자인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좌표를 찍어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데이터 드리븐이 유령처럼 세계를 배회하며 이미 그 유령은 자유의지의 복면을 쓰고 일상적인 삶 뒤에서 우리의 선택과 경험의 범위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의 발로일까요. 아니면 이 유령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함께 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기 위한 요량일까요. 여하간 올해는 좀 더 데이터와 친해져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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