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 차원의 미학


“강력한 힘을 갖춘 인류는 더이상 예술가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3만년전에 구석기 시대의 엄청난 궁핍 속에서 이미지는 공포와 기술의 시발이 만나는 지점에서 솟아났다(레지스 드브레)”


그러나 이 사진들이 드론과 최첨단 사진 기술에 의존하여 찍은 것이라 해서, 예술의 작품이 아니라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미학적 수단이 오직 예술가의 육화된 행위에서만 나온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좁디좁은 생각이 아닐까. 이 작업물이 보여주는 고도화된 이미지 기술은 예술사가 그토록 고민하던 재현과 해석의 문제를 지구적 차원으로 끌어 올린다는 점에서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 더욱 예술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는 단순히 환경 문제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바라보는 자연의 모습이 다른 차원의 시선에서 포착되었을 때 오히려 그 모습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으로 경험된다는 점이 바로 이 작업물이 말하는 핵심 메시지일 것. 이는 현대 예술의 오랜 전통, 즉 땅을 딛고 있는 인간의 눈과 시선에 대한 한계를 처음으로 지적한 인상주의의 맥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C) 모든 이미지는 원창작자의 고유한 저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