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의 세계


어린아이가 아니더라도 일상 안에서 때때로 자신의 몸이 심히 작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연고가 전혀 없는 이사 간 동네에서 처음 산책하러 밖을 나갈 때.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지만 나홀로 우두커니 모니터를 바라보기만 하는 직장에서의 첫 날. 나 이외의 모든 것들이 실제보다 더 커보이는 때가 언제든 있다. 그때는 처음 마주하는 것으로 가득하여 뜻 모를 두려움과 생기 넘치는 호기심을 모두 머리에 매고, 이리저리 탐색해나가는 어린아이의 작은 몸이 된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몸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알게 된 후에는, 질문으로 빛나던 눈은 탁해지고 작지만 날렵했던 몸은 점점 둔해지고만다. 그리고 그 세계에 적응된 몸은 이제 그 어떤 것도 자신보다 더 큰 것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평범함에 이르는 과정이라면 타츠야 타나카(Tatsuya Tanaka)의 미니어처는 다시금 우리가 작지만 특별한 몸이 되어 보는 감각을 유쾌하게 되살린다. 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다양한 일상적 정경으로 전치한다. 노트의 링 구멍들이 소복히 쌓인 눈 위의 발자국이 되기도 하며, 카메라를 왼쪽으로 돌려 세우면 24시 빨래방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때론 매트릭스나 드래곤볼과 같은 영화나 애니 속 장면을 재현한다. 작디 작은 물건 혹은 그 일부가 우리보다 더 큰 존재로 다가왔을 때 생겨나는 낯선 현실감각이 비대해진 우리 몸을 잠시나마 깨우게 한다.



사물이나 정경이 가진 크기를 (크고 작든)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기법은 현대예술의 감각 이념인 ‘낯설게 하기’의 기본 전략이다. 미니어처(miniature)는 주로 일상적 정경의 크기를 아주 작게 만드는 방법이라면, 그 반대로 작은 사물을 우리 몸을 압도하는 크기로 재현하는 것을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다. 그런데 타츠야 타나카의 작업들은 외연 상 미니어처의 모습을 지향하면서도, 그 내부는 작은 사물이 거대한 정경을 이루는 데페이즈망 전략으로 독특한 미적 지위를 갖는다. 그저 사물을 비대하게 하여 위압적이고 과시적 효과를 내는 일도 그리고 인간 세계를 하나의 작은 통유리에 가둬 보는 전시적 관음을 유도하지 않는다. 그는 사물은 사물대로 놓으면서 단지 약간의 용도 변경만으로, 낯익음과 낯설음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리고 우리를 작지만 독특한 현실감각이 넘치는 작은 몸의 세계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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