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되게 다정한 존재

벤야민은 무국적 키치라는 텅빈 감성으로 거리의 표면을 배회하는 이를 산책자라 불렀다. 거리의 산책자는 테마 파크를 거니는 관광객이 되거나 욕망의 기호를 탐닉하는 소비자로 진화하였다. 반면 다큐 3일을 제작하는 이들의 발걸음과 시선은 산책자와는 정반대의 결로 나아간다. 테마가 아닌 그 사람의 사연을 따라가며 기호 대신에 숨겨진 따스한 마음을 헤아린다.

시한부 부부. 독거노인. 유아병동의 아이와 부모. 다큐 3일은 이들에 대한 우월한 연민이나 섣부른 동정을 하기 보다는 그들의 시간과 공간을 응시하고 경청한다. 그리고 그 아픔들을 타자의 눈이 아닌 하나된 시선으로 자연스레 모아질 때까지 찍기를 반복하며, 그들의 마음을 넉넉히 보듬어 준다 . 그리하여 우리는 사실 되게 서로에게 다정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시선을 산책자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무어라 지을 수 있을까. 결코 쉽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그 이름은 분명 사려 깊고 단단한, 무엇보다 다정한 언어일 것이다. ^●